일요일 아침 첫손님
아기둘을 데리고 계단을 쿵쾅거리며 요란하게 등장하신다
우리애기 머리해주시던 선생님이 없네
(아네~ 결혼한 디자이너들은 일요일날 쉽니다)
자기머리는 1년에 한두번 할까말까
유치원생 아기머리자를때마다 책을 찾고 스타일을 심각하게 의논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 기억이 난다
오늘도 여전히 메니큐어바구니부터 앞에 끌어다 놓은뒤 책을 뒤적이기 시작하며
애는 떠들고 번잡스럽다
머리를 자르려는 남편에게
머리 잘하시나요? 일하는 모습을 자주 못봐서,,,
네?
제아무리 자신의 아기들은 왕자 공주님처럼 소중하다지만 확~~기분이 상한다
나름 감정노동에 노련해져서 보통때같으면
아이구~이쁜애기 잘 잘라드릴테니 염려마세요
그런 소리 웃어가며 하련만,,,
오늘은 왠지
그런 입에발린 소리도 하기싫고
나도 해주기 싫어 자리를 피해버린다
그럼 머리해주던 디자이너 출근할때 오세요
그렇게 보내놓고
남편은 내게 잔소리를 한다
굳이 자기에게 머리하기 싫어하는데 좀 잘라주지 어거지로 맏긴다고
그래
그럼 내가 잘라주지
뭐 그럴수도 있는데
오늘은 그냥
절대 해주기 싫고
해준대도 그 엄마의 기대대로 기분좋게 실력 발휘를 안할거 같았다
아침이고저녁이고
바쁘거나 한가하거나
배고프거나 몸이 아프거나
값이 싸거나 비싸거나
늘 한결같이 좋은 얼굴로 반가이
성의를 다하여
머리를 해줘야 하는거
나도 알고있고
대부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가끔
내가 왕처럼 모시고 싶은 고객이 아니라
자기가족이 왕인거 처럼 행동하는 손님이 오시면
내 마음이 제어가 안된다
그래서
나는 가난뱅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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